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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Berkshire Hathaway(BRK.B, 이하 버크셔)가 대규모로 주식을 매각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간 숱한 성장성 이슈에도 흔들림 없이 애플을 보유해 왔던 버크셔였을 뿐 아니라 하필 글로벌 증시가 심각하게 흔들리는 때에 전해진 소식이라 반향이 매우 컷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버크셔의 주식 매도와 애플의 현재 상태, 전망에 대해 점검해보고자 한다.
너무 높은 벨류에이션? 성장성 정체?
정확히 어떤 이유로 매도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고평가 우려 때문이다라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애플의 PER은 30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낮다고 볼수 없는 수치이며, 역사적 평균을 놓고봐도 높은 수치임은 분명하다.
다만, 최근 5년여 기간 동안의 PER 추이를 볼 때, 애플의 PER 30이 그렇게 놀라운 수준은 아니다. 버크셔는 비교적 최근인 23년에도 추가 매수를 한 바 있다.
성장성 정체로 인한 매도라는 의견도 있으나 이 역시 좀 의아한 부분이다. 애플의 성장성에 정체가 나타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실제로 22년 9월을 기점으로하여 애플의 매출은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버핏은 애플의 아이폰에 대해 “사람들이 기꺼이 1500불을 지불하는 생필품“이라고 표현해온 바 있다. “버핏의 기술주 투자”라는 새로운 도전이 아니라 언제나 그래왔듯 아이폰이라는 엄청난 경제적 해자에 투자하고 있다는 의미다.
버크셔가 애플을 투자하기 시작한 2016년에도, 이후 2019년에도 매출 성장의 정체는 있었다. “혁신의 부재” 등의 수식어는 때만 되면 찾아오는 꼬리표와 같았다.
그럼에도 버핏은 애플을 지속적으로 추가 매수해왔고, 최근의 성장성 정체가 나타나고 있던 2023년 주주 총회에서 버핏은 애플을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
아마도 버핏의 애플 주식 대량 매각은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버핏은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과 주식 시장의 높은 평가를 경고해왔다. 최근 발표된 버크셔의 2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버크셔는 2분기 동안 애플 포함 770억 달러의 주식을 매각했다. 현금 보유액은 약 2,770억 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30%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는 버크셔가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버크셔의 평소 현금 비중이 15% 내외임을 감안하면 최근의 현금 확보는 매우 이례적인 수준이다.
세율 인상과 재정 적자
버핏은 또한 미국의 재정 적자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세율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순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버핏은 세율 인상 전에 일부 주식을 매각하여 세금 부담을 줄이고, 현금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특히 Apple과 같은 고평가된 주식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주 매각과 시장 경계감
버핏은 2011년 이후 은행주에 대한 우려가 많던 시기에도 투자를 지속해 왔으며, 특히 BoA의 CEO인 모이니한에 대해서는 강한 신뢰를 보이기도 했다.
그랫던 버크셔는 Apple뿐만 아니라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등의 은행주도 매각하고 있다. BoA는 버크셔의 포트폴리오에서 애플의 뒤를 이어 비중 2위의 종목이다.
버크셔는 BoA를 12일 연속으로 매도하여(8/2 기준), 누적 38억 달러를 매도하였다. 버크셔가 BoA를 매도한건 2019년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애플, BoA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버핏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종목들인만큼, 세간에서 이야기되는 고평가나 버핏 본인이 밝힌 세금 이슈 외에도, 주식 시장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위의 두 종목은 버핏의 포트폴리오 중에서도 비교적 경기에 따른 변동이 큰 종목들이다.
결론
버핏의 특정 종목 매도는 종목에 따른 관점 변화가 아닌, 경기 변동 혹은 침체로 인한 리스크 완화일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1년 안에 경기 침체가 올것 같지는 않다. AI 종목군의 높은 주가 레벨로 인해 이런 저런 지수에 대한 민감도가 극도로 높아졌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샴의 법칙, PMI 등에 크게 흔들렸다가도 몇 일 가지 않아 반박 되는 일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버핏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이례적 행보에 대한 이런 저런 추정이 더해지고는 있지만, 정말 순수하게 버크셔가 직접 밝힌 세금 이슈도 원인 일 수 있다. 또한 경기 침체를 예견하고 있다고 한들, 버크셔의 거대한 포트폴리오를 고려하면, 아직은 먼 미래의 작은 가능성에 대한 최소한의 헷징 작업일 수도 있다.
버크셔 규모의 계좌와 일반 투자자 계좌의 헷징 타이밍, 그리고 규모가 같을 수는 없다. 경고의 싸인과 안도의 싸인이 정신없이 혼재되고 있다. 이런 때일 수록 시드가 작은 투자자들은 각 신호에 관심을 갖고 긴밀하게 대응하여 지키고 키워나갈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